내면아이의 치료
페이지 정보
작성자 연세신경정신과의원 작성일17-03-30 12:31 조회2,345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에릭 에릭슨(Eric Erikson)은 인간의 발달단계는 대인관계에서 나타나는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한 위기는 엄청나게 불행한 것이 아니더라도 당시에는 그 개인에게 상처를 주고 지속적인 영향력을 미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에릭슨은 그 위기극복의 결과로 나타나는 내적인 힘을 ‘자아강도’라고 하였습니다. 그는 건강한 삶을 살기위한 필수적인 네 가지 자아의 힘을 각각, ‘희망’, ‘의지’, ‘목적’, ‘능력’이라고 보았습니다.
‘희망’은 어린아이가 자신의 부모에 대해 불신보다 신뢰감을 더 크게 느낄 때 나타나는 산물입니다. ‘의지’는 아이가 심리적으로 독립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수치심이나 의심보다 자율성을 획득하게 될 때 나타납니다. ‘목적’은 학령기 전에 아이가 죄책감보다 자발성이 더 강했을 때 생기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능력’은 학령기 아이가 열등감보다 근면성을 계발시킨 결과로 나타나는 힘이라고 보았습니다.
우리의 인간발달 단계에서의 성공과 실패는 어린 시절의 각 단계들을 우리가 얼마나 잘 거쳤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새로운 시작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우리가 생애 처음에 보살핌을 얼마나 잘 받았는지에 따라서 결정됩니다. 성숙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란 성인아이들은 이런 토대가 약하거나 매우 부족합니다. 만약 우리가 이런 해로운 패턴을 바꾸고 싶다면 우리의 어린 시절을 다시 돌아봐야 합니다. 어린 시절을 돌아본다는 것은 우리의 상처를 다시 슬퍼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고통스러운 작업입니다.
‘슬퍼하기’는 우리가 회피해 왔던 진짜 고통을 마주하는 것입니다. 칼 구스타프융은 ‘ 모든 신경증적 질환은 진정한 고통을 회피하여 나타나는 것 ’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정신적인 상처는 치유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슬퍼하기를 통해서만 가능하며, 그 작업은 억압이 심할 수록 더 고통스럽습니다. 누구나 다 어린 시절에 혹사당하거나 학대받는 것은 아니며, 소수의 몇 사람들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건강한 사랑과 교육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행운을 가진 사람은 전 인구의 5-20%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 80-95%의 사람들은 자신과 자신들이 하는 것에 대해서 좋은 느낌을 갖는데 필요한 사랑과 교육을 받지 못한 것입니다.
치료의 과정에서 우리는 채워지지 않은 욕구에 대해서 슬퍼해야 합니다. 또 반대로 우리가 원하지 않거나 필요로 하지 않은 것, 예를 들어 어린 시절의 부당한 대우나 학대에 대해서도 슬퍼해야 합니다.
심리학자 존 브래드쇼는 ‘상처받은 내면의 아이’가 우리의 인생을 망친다고 이야기합니다. 곧, 우리의 ‘상처받은 내면의 아이’가 성인으로서의 인생을 방해하고 파괴시킨다는 말이다. 이 상처 입은 아이를 치유하는 것은 인생을 정리하고 관조하는 시기에서는 필수적인 과업이 됩니다. 우리의 상처받은 아이를 치유하는 일은 깨달음의 경험을 하는 것입니다. 달리 말해 자신의 발달단계로 되돌아가서 ‘미해결된 과제(unfinished business)’들을 끝내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각각의 단계에서는 특별한 종류의 돌봄이 필요합니다. 각 단계에서 자신의 욕구가 무엇인지를 이해할 때 자기 자신을 돌보는 법을 배우게 되기 때문입니다.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단계는 성장과정에서 충족되었어야 할 의존적인 욕구들이 채워지지 못한 것을 슬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슬퍼했어야만 했던 것을 미처 슬퍼하지 못했기 때문에 미해결된 채 남아 있는 욕구가 우리로 하여금 ‘상처 입은 아이’를 내면에 지닌 채로 그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항상 찾아 헤매는 성인이 되어버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적절한 때에 적절한 순서로 이러한 욕구들이 충족되는 것이 이상적인 방식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의존적인 욕구들이 충분히 채워지지 못했을 때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처받은 아이’를 내면에 지닌 채로 어른이 되고 그 아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유일한 방법 그대로 ‘아이’로서 그 욕구들을 채우려고 매달리고 집착하게 됩니다. 이 ‘정서적으로 굶주린 아이’가 바로 우리를 미성숙하게 만들고, 우리의 일생을 지배하게 됩니다.
이렇게 살아가는 성인을 성인아이(adult child)라는 부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에 인격에 핵심적인 정서가 충족되지 못하고 오히려 상처받은 결과, 어른이 되어서도 과거에 상처받은 내면의 아이가 마음 안에 그대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또한 감정이나 태도나 행동이 상처받은 어린아이의 영향력에 의해 지배당하는 사람인 것입니다. 또 한편 성인아이는 인생의 과업을 나이에 맞지 않게 이른 시기에 조숙하게 다루어야 했던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던 사람을 말하기도 합니다. 즉, 어린 나이에 성인이 겪어야 하는 큰일들과 책임을 느끼며 아이가 아닌 어른처럼 행동해야 하는 압박감을 감당해야 했던 유년기를 보낸 사람을 뜻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성인들은 이런 성인아이적인 요소를 약간씩은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위안을 받지 못한 우리의 ‘내면의 아이’는 성인이 되어도 우리 안에 그대로 존재하게 됩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성인이 여전히 아이 상태에 있으며, 그의 감정과 행동 중 많은 부분이 유년기의 흔적을 나타내게 됩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사회생활을 할 때는 우리는 매우 공손하고 예의바른 모습을 보입니다. 그래서 거리가 있는 이들과는 성숙하고 합리적인 모습을 가지고 만남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가까운 인간관계 안으로 돌아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매우 가까운 관계에서는 내안에 있는 어린아이가 우리를 지배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이러한 내적 아이는 성장할 적에 우리의 부모가 우리에게 영향을 끼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성인아이의 특징들입니다.
* 성인아이는 특별한 이유도 없이 수치심을 느낄 때가 있다.
* 성인아이는 타인으로부터 칭찬이나 인정의 말을 듣는 것을 어색해 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한다.
* 성인아이는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이 있다.
* 성인아이는 계속해서 주변환경과 사람들을 통제할 필요를 느낀다.
* 성인아이는 항상 너무 지나치게 노력한다.
* 성인아이는 매우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나서, 그 목표를 위해 직접 착수하 는 것을 계속 뒤로 미룬다.
* 성인아이는 억압된 분노를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 성인아이는 이렇다 할 이유 없이 두려움(공포)을 느낀다.
* 성인아이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압도되거나 성공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 린다.
* 성인아이는 충동적인 행동을 한다.
* 성인아이는 권위에 대한 태도에 커다란 문제가 있다.
* 성인아이는 어린 시절이 전부 혹은 일부를 빼앗겼다는 느낌이 있다.
* 성인아이는 정상적인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해 혼란스러워 한다.
* 성인아이는 다른 사람들이 원치 않을 때에도 다른 이들의 문제에 책임을 지려고 한다.
* 성인아이는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을 때에도 거짓말을 한다.
* 성인아이는 강박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 성인아이는 자기 평가를 낮춘다.
* 성인아이는 부정과 억압을 한다.
* 성인아이는 자기의 삶을 극단적으로 평가한다. (좋거나 혹은 아주 나쁘거나)
* 성인아이는 자신들의 삶에 결핍되어 있거나 부족한 어떤 것을 끊임없이 추구한다.
* 성인아이는 분노와 개인적 비판에 쉽게 위협과 불안을 느끼며 민감하게 반응한다.
* 성인아이는 자신을 위해 권익을 주장하거나 자기 주장적으로 행동하면 죄 책감을 느낀다.
* 성인아이는 거절이나 버림받는 것을 두려워 한다.
우리는 정신을 설명할 때 흔히 빙산를 비유로 사용합니다. 물위에 떠 있는 빙산의 작은 부분과 같이 우리 정신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이 의식에 해당합니다. 우리는 오직 이 부분만을 현재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삶의 모든 부분을 완전히 의식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정신 가운데 대부분을 포함하고 있는 무의식(잠재의식)은 우리에게 일어났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창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기분좋은 기억들은 큰 어려움 없이 의식으로 끌어 올릴 수 있으나, 반대로 충격적인 사건들로 인해 생긴 고통스런 경험들은 애써 잊으려고 하면서, 그러한 것들을 깊이 숨겨진 장소에 밀어 넣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무의식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어떤 것으로부터도 도망갈 수 없습니다. 이 치료되지 않은 상처들을 계속 억누르기 위해서는 상당한 양의 정신적인 에너지와 의지적인 힘이 필요하며, 그런 식으로 처리하게 되면 계속해서 많은 에너지를 뺏겨서 우리는 다른 일들을 원활하게 처리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때때로 특히 스트레스를 받아 약해진 시기에는 이렇게 억눌렀던 느낌들이 솟아오르면서, “과도하게 반응하고,” “자제심을 잃거나,” “울컥 치밀어 오르게” 됩니다.
치료되지 않은 상처들은 때때로 파괴적인 행위로 이끌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알코올 의존, 약물의존, 외도, 폭음 폭식 또는 일중독 등을 들 수가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내면의 고통으로부터 도피하기위해서 선택하는 것들입니다. 사람들은 자주 자신들의 삶 안에서 계속되는 긴장의 원인들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점차적으로 그것들을 처리하는 패턴을 형성하게 됩니다. 많은 정신 신체증상(psychosomatic, 精神身體症)들은 결국 이 정신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몸의 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의 내면에 “건강한 자아”가 자리를 잡으려면 과거의 상처 입은 기억들은 다시 돌보아져야만하고 그래야만 거기에 머물러 있는 상처받은 어린 아이가 다시 성장의 길을 걸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치료의 과정은 그래서 결국 과거의 상처를 이야기하는 두려움 속에서도 자신을 들여다보려는 부단한 노력의 과정인 것입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